
2008년 10월 8일 ~ 2009년 2월 5일
백남준 아트센터가 개관했다.
백남준 스스로 '백남준이 오래사는 집'이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로 많은 애착을 보였던 그곳이 백남준 사후 2년만에 완성된 것이다. 산자락과 나란히 펼쳐지는 그랜드피아노를 닮은 이 건물은 건축가 크리슈텐 쉐멜과 마리나 스탁코빅의 설계로 지어졌으며 소장품 2000여점은 백남준 자신이 기증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백남준의 귀환 이전에 이미 백남준 아트센터는 그 자체로 화제의 대상이었다. 백남준의 49제 당시 유족 (정확히 말하면 백남준 유작에 관한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장조카 켄 백 하쿠다)과 문화재단은 백남준 유작을 놓고 갈등을 벌였으며 때마침 국립현대 미술관에서는 백남준 작품에 원본 영상 대신 서울시 홍보영상을 넣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토비아스 버거와 클라우디아 페스타냐라는 외국인 큐레이터가 국내에서는 최초로 정규직 큐레이터로 선임되어 화제를 모았고 광주비엔날레등 대형전시를 기획해 온 이영철이 관장으로 부임하면서 백남준 아트센터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때 보다 고조되었다.
이러한 기대감이 고스란이 반영된 것은 개관 당일.
마치 비엔날레를 방불케 할 정도의 수많은 취재진이 모여들었으며 이영철 관장은 프레스의 질문 공세에 목이 쉬어버렸다. 공중파, 케이블, 일간지 할 것 없이 수 많은 프레스들이 한데 몰려 아비규환을 연상케 했으며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켜논 와이어리스 마이크가 혼선이 되는 해프닝마저 벌어졌다. (실제로 S방송사의 뉴스엔 잡음이 들어간 인터뷰 내용이 그대로 보도되었다) 그러니 나 역시 제대로 작품을 보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인산인해의 취재진들 사이에서 작품 하나를 온전히 찍는 것 조차 어려웠으며 땀을 뻘뻘흘리는 우리 카메라 감독에게 비유를 맞추는 게 속편한 일이었다.

아트센터의 개관기념 페스티벌은 총 5개의 스테이지로 나뉘어 있다. 스테이지 1이 백남준의 작품들과 기록물을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면 스테이지 2는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이 아닌 행위 예술가 백남준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세계 공연예술계의 기린아들을 초청해 백남준 행위예술 40년이 지난 오늘날의 모습을 전시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스테이지 3는 일종의 백남준에게 바치는 오마쥬쯤 되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는데 성능경, 조민석, 샤샤, 잭슨홍등 신구르 아우르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스테이지 4와 5는 각각 백남준 연구를 위한 학술 프로젝트와 음악가 백남준을 기리기 위한 예술상 시상인 만큼 이자리에선 건너뛰기로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페스티벌이 지루한 전시 형태가 아니란 점이다. 이영철 관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32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첫 전시를 열었던 청년 백남준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 어쩌면 이는 백남준 60~70년대 작품이 대부분인 아트센터 콜렉션의 한계를 영리하게 해석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와는 관계없이 관람객들은 백남준의 작품과 기록물 그리고 영향을 주고 받았을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 사이를 거니는 동안 백남준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재구성할수 있는 묘미를 느끼게 된다. 또 스테이지 2에서는 세계공연예술 최전선에 서있는 작가들이 대거 초청되어 다소 생경한 퍼포먼스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기획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많은 관람객이 지리적으로 불편한 이곳을 찾고 있으며, 미술계로서도 전시를 총괄한 이영철의 귀환을 반겨하고 있다. 어떤이는 이번 전시를 두고 <이영철 비엔날레>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폄하의 의도라기 보다는 이미 이전의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역동적인 전시가 계속되고 있음을 칭찬하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한 신문에서는 이번 아트센터를 두고 혈세를 잡아먹는 하마라고 표현했다.
입장료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한 아트센터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기사였다. 기자의 셈법에 따르면 34억원을 들여 만든 이곳은 고작 10억원의 돈을 벌어들일 뿐이다. 입장료가 꾸준할 때 9억, 기념품 판매가 1억이라고 하니 덧붙이자면 기껏해야 10억이다. 그러니 숫자놀음만으로는 하마라는 표현이 맞긴 하다. 하지만 기자가 잊고 있는 한가지가 있다. 예술은 돈을 버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은 상품적 가치를 뛰어넘는 것일때 비로소 예술이다. 그러니 제발 '경제'라는 잣대만으로 모든 것을 측정하려는 이 무시무시한 노력 따위는 포기해 주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지배하는 이 경제만능의 잣대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공포스러우니 말이다.

![[수입] Michigan](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2732436329_1.jpg)

![[수입] Misery Is A Butterfly](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2882436521_1.jpg)





덧글
carlos 2008/10/16 22:35 # 삭제 답글
작년에 미디어아트 스터디 할때 미디어아트史 에서 백남준씨가 비중있게 다워지는 걸 보고 새삼 놀랐(?)었습니다. 이전까지 전 앙드레 김씨 처럼 국내용 아티스트로 생각했었거든요. 정작 국내에서는 티비에서만 떠들어 댈뿐 그닥 대접받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좋은 정보 감사합니다.그나저나 저런 기사쓰는 사람들은 경제뽕이라도 맞은 건가요. 친구집 자식 돌잔치에 가서도 양육비아깝게 애는 왜 낳았냐고 할 분들입니다 그려.
나도한번 지나다 2008/10/16 22:53 # 삭제 답글
윗분께.국내용아티스트,라고 생각하신 것은 순전히 자신의 정보부족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친구집 자식 돌잔치 비유는 핀트가 안맞네요. 양육비를 뽑아낼지 아닐지는 계산안되는 것이니.
방랑자 2008/10/17 00:46 # 답글
좋은글 잘보았습니다.어느분이 저에게 한말중, '이제 미디어아트가 발전하고 부각될수록 백남준이 남긴 자취는 더욱 빛날것'라고 한게 떠오릅니다.
꼭 가고싶네요....ㅎㅎ
방랑자 2008/10/17 00:47 # 답글
저..그리고..이곳의 위치좀 알고싶습니다.....ㅠ.ㅠ..
2008/10/17 00:4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에밀 2008/10/17 09:36 # 답글
덕분에 가봐야할 곳이 생겼네요 :)
jiyoung 2008/10/17 10:16 # 삭제 답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퍼갑니다!!!
blackmoon 2008/10/17 11:07 # 답글
To.carlos다소 무모한 백남준 띄우기 때문에 오히려 백남준에 관한 편견이 생겨났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전국에 방영되었을때 이 기괴한 (?) 미디어 퍼포먼스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으니까요. (너무 단정적인가효...?)
blackmoon 2008/10/17 11:09 # 답글
To.나도 한번 지나다뭐 대략 그만큼 안타깝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는 건 어떨까효...
blackmoon 2008/10/17 11:10 # 답글
To.방랑자백남준 아트센터는 경기도 용인시 상갈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자세한 약도는 백남준 아트센터 홈페이지에 있구요. 그리고 참고로 일부 퍼포먼스는 관람객의 수가 제한되어 있는 만큼 예약이 필수라고 합니다. 무작정 가시면 혹여나 퍼포먼스를 못보실수도 있답니다.
blackmoon 2008/10/17 11:11 # 답글
To.에밀어디 제 덕분이겠습니까...하하..반갑습니다.
blackmoon 2008/10/17 11:12 # 답글
To. Jiyoung반갑습니다. 그치만 어디로 퍼가시는지 정도는 알려주시면 안될까효?
이요 2008/10/17 16:47 # 답글
그런 기자들은 문화면 기사 안썼으면 좋겠어요. 기자라는 이름달고 부끄럽지 않은지...
... 2008/10/17 17:54 # 삭제 답글
서울시 홍보영상 튼 곳은 국립현대가 아니라 서울시립미술관이었을거에요.
blackmoon 2008/10/21 23:33 # 답글
To. 이요때론 기사가 나오기 이전에 시각이 고정되는 경우가 있지요. 이런 저런 이유로, 뭐 그 기사는 문화면이 아니었기에 천만 다행이었지만, 그런 고정된 시각만으론 사건의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긴 힘들거란 생각이었습니다.
blackmoon 2008/10/21 23:34 # 답글
To....아, 제가 착각을 했었나 보네요...아마 그때 기획이 국립현대미술관이었고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이었나 그랬을 겁니다.